사드배치 '경북 성주' 발표… 국론분열 차단· '최적의 입지' 강조
한·미 군 당국이 13일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미 양국은 8일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배치 지역 등 후속발표를 수주 내에 하겠다고 밝혔지만 사드 후보지를 둘러싼 국민적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이날 입장을 바꿔 서둘러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경북 성주 지역이 사드배치 지역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공동실무단이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과 지역주민 안전, 환경피해 등을 고려한 최적의 사드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 지역을 건의했고 한·미 국방부 장관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드는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에 위치한 공군 방공기지인 성산포대에 배치된다. 국방부는 내년 말로 예정된 실전 배치 시기도 가급적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13일 한·미군 당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지역으로 확정한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 정문으로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이날 한미 군당국이 사드 성주 배치 발표 이후 이 일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류 실장은 “주한미군의 사드 체계를 성주 지역에서 운용하게 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전체의 2분의 1에서 3분의 2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저유시설 등과 같은 국가 중요시설과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방어할 능력과 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수도권 방어가 취약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 포대를 수도권에 증강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군당국이 13일 경북 성주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지역으로 공식 발표한 직후 항의방문차 상경한 이재복 사드성주배치반대범군민비대위원장이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혈서로 쓴 ‘사드 성주 배치 결사반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 왼쪽은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제원 기자)
3일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밖숲에서 열린 사드 배치 반대 성주군민 궐기대회에 참가한 주민들이 ‘사드 배치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주=연합뉴스
상경 항의 한·미 군당국이 13일 경북 성주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지역으로 공식 발표한 직후 항의방문차 상경한 김항곤 성주군수가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사드 성주 배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혈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날 김 군수와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군민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 등 200여명이 혈서를 들고 상경해 항의했다. (하상윤 기자 )
성주 주민 앞에 선 한 국방 한민구 국방부 장관(왼쪽)이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한·미 군당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북 성주 배치 발표 후 항의 상경한 사드성주배치반대범군민비상대책위 소속 주민들이 구호를 외치는 앞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한·미의 사드 경북 성주 배치 결정은 중국 등 주변국 반발과 대구·경북(TK)지역 민심 이반, 한·미동맹 등을 고려한 다목적 카드로 읽힌다. 주한미군에 배치될 종말단계 사드 레이더(AN/TPY-2)는 유효탐지 거리가 600㎞ 안팎이다. 성주에서 사드 레이더 탐지 범위가 북·중 접경지역으로 제한돼 중국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를 크게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드 성주 배치 결정에 앞서 지난 11일 발표된 대구공항 이전을 통해 TK 민심 이반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밀양 신공항 유치가 무산된 뒤 TK 지역 민심은 날로 흉흉해졌고,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성주까지 결정할 경우 불만이 고조될 것은 자명했다.
주한미군이 2014년 11월 실사작업을 통해 처음부터 고려했던 대구 인근을 사드 배치 장소로 택함으로써 한·미동맹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사드와 관련,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한·중 관계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견제용으로 사드가 배치되는 측면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사출처: 세계일보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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